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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일보 9/25 칼럼, 김재영 운영위원장] 지역방송을 위한 변명과 기대
 작성자 : 민언련
Date : 2013-10-02 16:52  |  Hit : 3,199  
   http://www.joongdo.co.kr/jsp/article/article_view.jsp?pq=201309240202 [284]
[수요광장]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지역방송을 위한 변명과 기대

지역방송 시청자 규모가 가장 클 때가 명절 아닌가 싶다. 이번 추석에는 전국적으로 3500만 명이 귀성한 것으로 추산됐다. 가히 민족의 대이동이라 불릴 만하다. 주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움직인 이들은 의도하든 의도치 않던 한 번쯤 지역방송을 접했을 게다. 어떤 생각을 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태반은 역시나 혹은 여전히 촌스럽구나 하고 느꼈으리라. 누군가는 왜 인기 있는 전국 프로그램 대신 재미없는 지역 프로그램을 내보내느냐고 볼멘소리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고 악공은 악기를 탓하지 않는 법이다. 지역방송사도 시청자를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역에서 먹고살며 자식을 키우는 우리라면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지역방송 프로그램이 별로인 이유는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다. 국가기간방송인 KBS의 경우 서울에 본사가 있고 대전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 18개 지역방송국이 있다. 그런데 이들 18개 지역국의 1년 제작비 총액은 본사에서 만드는 대하드라마 한 편의 1년 치 제작비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울과 지역 간 인력 불균형도 대동소이하다.

물론 인력과 제작비가 풍부하다고 반드시 질 높은 프로그램이 나오는 건 아니다. 그러나 방송 프로그램 같은 문화콘텐츠는 적은 인력과 제작비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쉽지 않다. 하물며 매일 방송하는 뉴스도 조명이나 세트, 앵커의 의상과 메이크업 수준에 따라 화면의 세련미가 180도 달라진다.

지역방송이 어렵단 얘기는 어제오늘 듣던 소리가 아니다. 이젠 나아질 때도 됐을 법한데 아직 사정은 녹록지 않다. 지역방송이 처한 구조적 제약 때문이다. 방송사는 두 가지 시장에서 '장사'를 한다. 하나는 시청자 시장이고 다른 하나는 광고 시장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이들 시청자를 광고주에게 팔아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경영이 안정화되기 위해선 시청자와 광고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선순환 해야 한다. 그러나 지역의 자족 기능은 여전히 미비한 상태다. 이런 마당에 큰 비용을 들여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란 쉽지 않다.

최근 경영 압박이 가중된 탓인지 유독 지역민방에서는 천민자본주의적 행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TJB에서는 지난해 3월 언론사로서 금기시된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이 위협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주주총회를 통해 회계감사와 재무결산이 별 문제없이 승인된 나흘 뒤 최대주주인 우성사료가 특별감사를 전격 실시한 것이다. 상법상 TJB는 주식회사로서 감사를 두게 돼 있고, 특별감사가 필요하다면 TJB의 감사가 이를 담당하는 게 정석이다. 우성사료 감사실은 TJB에 대한 감사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법적 근거도 없이 대주주의 월권행위가 이루어진 셈이다. 절차에도 문제가 있었다. 통상 경찰이나 검찰, 국세청 등 권력기관의 조사도 그 목적과 방식, 시기 등을 사전에 통보하나 우성사료의 특별감사는 이런 절차 없이 급작스럽게 이루어졌다. 전형적인 부당 감사로 방송사 경영을 대주주 입맛에 맞게 길들이기 위한 조치란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TJB는 민영방송이라는 속성상 이윤 추구를 지상과제로 삼기 쉽다. 지역을 서울에 종속시킨다는 비아냥거림을 감수하면서 수도권 방송사인 SBS의 중계소 역할에 그친 것도 그 맥락에서다. 심할 경우 방송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킬 개연성마저 있다. 정체성은 일상에서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극한적인 상황에서 그 실체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아무리 생존 자체가 버거워도 스스로 정체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지역방송의 존재가치가 희미해지는 세상이라 해도 지역방송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지역성이란 가치가 유효하다는 뜻이다.

다행히 국회에 계류 중인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 제정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별법 하나로 지역방송을 벼랑 끝으로 내몬 구조적 문제가 일거에 해소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활로를 찾기 어려웠던 지역방송에 터닝포인트로 작용하리란 기대는 가져봄직 하다. 이제 공은 지역방송에 넘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