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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대표 칼럼] 총체적 난국에 처한 한국의 언론과 언론시민운동의 방향성 - ①
 작성자 : 민언련
Date : 2016-03-11 15:23  |  Hit : 815  
총체적 난국에 처한 한국의 언론과 언론시민운동의 방향성 - ①

                              김 영 호(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 대표)


- 목 차 -
1. 풍요 속의 빈곤, 언론 실종의 시대
2. 시장 논리에 의해 약육강식의 정글로 변한 언론 시장
3. 권력의 먹이 공급에 길들여져 파수견이 애완견으로
4. 새로운 형태의 관치(官治) - 인사에 의한 언론 장악
5. 언론시민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기대하며 


 
1. 풍요 속의 빈곤, 언론 실종의 시대

오늘날 우리나라의 언론이 처한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미디어(매스미디어 또는 멀티미디어)는 매우 풍성하지만 언론은 열악한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에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DMB 등 이름조차 생소한 미디어에 모바일까지 포함하면 수백 개의 채널에 이르는 다양한 미디어가 존재하지만 이들 중 언론에 해당되는 미디어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응팔’ ‘개콘’ ‘무한도전’은 언론의 양대 기둥 중 하나인 텔레비전을 통해 방송되는 것은 맞지만 언론의 역할과는 거리가 먼 프로그램일 뿐이다. 따라서 대다수의 미디어 수용자(국민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하겠지만)들은 하루 종일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언론 수용자로서 깨어있는 시간은 불과 몇 십분 아니 몇 분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언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지하철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 승객들은 자취를 감추고 남녀노소 구분 없이 스마트폰에 빠져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하는 현상이라고 해도 논리의 비약은 아닐 것 같다.
인터넷의 등장 이후 지속적으로 위축되어온 제도권 언론의 위상은 스마트폰의 광범한 보급과 SNS의 대중화로 영향력 감소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정보통신 대국으로의 도약이라는 빛의 이면에는 제도권 언론의 추락이라는 그늘을 우리는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데, 즉 제도권 언론들은 변화의 물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SNS에서 유통되는 정보에 비해 신속성, 신뢰성, 흥미성 등에서 수용자의 주목을 끌지 못해 벌어지는 현상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일간신문의 가구당 구독률이 20%대로 떨어진 것이나, 수년 전 MBC, KBS, YTN의 동시 파업으로 뉴스 진행이 차질을 빚어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파업이 진행 중이란 사실 자체를 모르거나 무감각할 정도로 이에 불편을 느끼지 않는 현상은 쪼그라든 언론의 위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언론 실종의 시대’라고 표현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2. 시장 논리에 의해 약육강식의 정글로 변한 언론 시장

오늘날 제도화된 언론은 물론 모든 사상,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 금과옥조의 경전으로 여겨지고 있는 밀턴의 ‘사상, 표현의 자유공개시장이론’(free and open marketplace of thoughts and speech)은 다양한 사상과 표현들에 대해 당시에 존재했던 검열 등의 규제 없이 인간의 이성으로 스스로 판단하여 선과 악,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도록 자유롭고 공개된 시장에서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시장 논리가 언론 ‘영업’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시장 논리로 둔갑되어 오히려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는 역설적 현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한국 언론시장의 현실이다.
우선 신문을 보면 전국적으로 약 1백20개에 이르는 종합일간지(스포츠, 전문지 제외) 중에서 조중동으로 불리는 조선, 중앙, 동아에 매일경제까지 보태 소위 메이저 4대 신문의 시장 지배력은 날이 갈수록 강화되어 이들 4개 신문사가 구독신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즉 가구당 신문 구독률이 20% 대로 감소한 시장 상황에서 4개 신문이 이 중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나머지 110여개에 이르는 중앙과 지역의 일간지들은 전체 가구 중 5% 남짓을 대상으로 혈투를 벌이고 있다는 의미인데, 독자가 태부족이니 자발적 광고가 있을 리 없고 구독료와 광고료로 이루어진 재정적 뒷받침 없이 사명감만으로 좋은 상품을 만들기를 기대하기에는 시장은 너무 냉혹하기 때문에 결국은 신문 상품의 품질 저하로 나타나게 되어 그나마 몇 안 되는 독자들마저 외면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가운데 거대 신문사의 시장 지배력과 영향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언론의 영향력은 결국 여론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힘이다. 언론은 여론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조성하고 이끌기도 한다. 언론과 여론 간의 관계는 닭과 달걀의 관계만큼이나 선후를 따지기가 애매한 경우가 많지만 여기에 정치적 권력이라는 요소까지 가미되어 언론이 권력과 결탁하게 되면 여론의 수렴이나 반영 차원을 넘어 여론의 장악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게 되는데, 이를 시장 논리로 교묘히 포장하여 최대한 활용한 결과가 MB 정부 이후  거대 신문사들에 의해 저질러진 여론 다양성 시장의 붕괴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언론 종사자들과 시민 사회, 학계, 야당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문사의 방송 진출 허용을 의미하는 종합편성채널이라는 선물을 시장과 경쟁 논리를 앞세워 4대 신문사에게 안겨준MB 정권과 이에 대한 보답이라도 하듯 이들 신문과 종편들은 보수 일변도의 논조로 정권의 충실한 대변자 노릇을 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4대강 사업으로 대표되는 독선적 정책이나 측근, 친인척 비리 등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언론 본연의 임무를 뒷전으로 제쳐두는 찰떡궁합을 과시하였다.
따지고 보면 조.중.동.매와 종편 덕은 지난 정권보다는 현 정권이 더욱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인데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거의 광기에 가까운 편향 보도로 당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공로는 물론이거니와 경제 성장과 수출을 비롯한 각종 경제지표가 바닥을 기록하고 고용불안,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세월호 참사, 메르스 파동 등 사건, 사고가 그치지 않고, 위안부 문제 타결로 대표되는 굴욕적 외교 등 실정 종합세트에 공안 정국 망령을 되살리는 독재의 추억이 아른거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안보 선정주의를 앞세워 40% 대의 박근혜 고정 팬을 유지시키는 비결은 거대 언론사에 의한 여론 장악의 결과물이다.
한편 방송 쪽을 보면 앞서 언급한 종편 채널의 등장이라는 큰 변화 외에도 CJ, 태광 등 두 세 개의 거대 미디어 기업에 의한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의 프로그램 공급 채널 사업(PP)과 지역케이블 방송 운영 사업(SO)의 독점이 두드러지는데, 이 분야 역시 경쟁력과 시장 논리를 앞세워 소유 상한이라든지 독점에 대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풀어왔고, 그 결과 시청자들은 뉴미디어 시대에 걸맞게 수백여개의 다양한 채널을 접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미디어 독점 기업 두 세 개가 전체 시장의 2/3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그들의 입맛과 상업성에 맞는 프로그램만을 시청하고 있는 셈이다.(최근에는 이에 가세해 SK 텔레콤이 CJ 계열의 헬로비전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재벌과 미디어 간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결국 여론과 취향의 다양성 보장이라는 언론 자유의 본질은 온데 간 데 없어지고 남은 건 영업의 자유를 보장하는 시장 논리에 의해 거대 언론사와 미디어 기업 그리고 이들에 대한 각종 특혜와 규제완화라는 당근을 제시하는 정권의 야합에 의해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탐욕스러운 살육전이 이 시간에도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분량을 고려하여 두 편에 나누어 게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