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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정 4/5 칼럼, 우희창 대표] 우파의 가치관 전파 ‘태양의 후예’ 유감
 작성자 : 민언련
Date : 2016-04-14 15:45  |  Hit : 636  
   우희창_우파의_가치관_전파_‘태양의_후예’_유감_4.5._\'충남도정\'_신문_.hwp (17.5K) [8] DATE : 2016-04-14 15:45:23
우파의 가치관 전파 ‘태양의 후예’ 유감

우희창(대전충남민언련 공동대표)

난리도 아니다. ‘태양의 후예’ 말이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송중기’, ‘송혜교’ 얘기에 정신이 없고 언론에서는 ‘역대급 시청률’, ‘한류 대박’이라며 대서특필 한다. 동시 방송되고 있다는 중국에서조차 광적인 열풍이 불며 들썩거리자 기어이 대통령까지 나서서 “관광산업 활성화는 물론 애국심·국가관 확립에도 이바지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정부는 ‘한류 영상을 이용한 관광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촬영지 연계 관광 등 다양한 콘텐츠 관련 상품을 개발하겠다고 한술 더 떠 호들갑을 떨고 나선다. 워낙 ‘마이더스의 손’이라서 잘 되던 것도 정부가 손만 대면 희한하게도 폴싹 망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걱정이 앞서긴 하지만 어쨌든 자부심이 솟구친다.
하지만 우리 집엔 TV가 없다. 그러다 보니 ‘태후’가 무슨 역사 드라마인줄 알 정도로 무지했다. ‘응답하라 1988’을 두고 친구와 언쟁을 벌인 적이 있는 터라 이번엔 좀 시간 내서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술자리에서 꿀먹은 벙어리 하는 것도 그렇고 해서 말이다. 하여 인터넷에 들어가 검색해보니 ‘다시보기’를 통해 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돈을 내야 한다. 그렇지만 그게 무슨 대수인가? 나도 시대의 거대한 흐름에 동참하는 일인데…
내용은 해외 파견된 특전사 군인과 여 의사와의 러브스토리다. 음~~~ 그런데, 뒷맛이 영 개운치 않고 입이 쓰다. 이 드라마 재미있게 보시는 분들에게는 실례일지 모르지만 아주 불쾌했다. 상부의 명령 무시하고 인질구출 작전을 펴는 등의 황당한 허구적 내용은 둘째 치자.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아닌 드라마에서 재미를 위해 충분히 할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피해자로서의 우리에게 익숙한 국수주의, 애국주의, 문화제국주의의 냄새가 나는 것에 대한 불쾌감은 어쩔 수 없었다.
대표적인 것이 한글이 적힌 헌옷을 입은 현지(‘우르크’라는 가상의 국가) 아이들이 초콜릿을 구걸하며 몰려드는 장면이다. 아주 익숙한 모습 아닌가? 불과 60여년 전 가난한 이 땅에서 미군 지프차를 좇아가며 ‘기브미 초콜릿’을 외쳤던 우리의 아픈 과거를 이런 방식으로 허구의 대상에게 ‘전위’(displacement)하는 것이 마땅한가 말이다.
프로이드에 따르면 전위는 “내적인 충동이나 욕망을 관련된 대상이 아닌 다른 대상에게 분출하는 것”을 말하는데, 자신의 내부에서 나오는 충동을 억제하며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기제’의 일종이다. 미국에 대한 열등감을 가상의 국가를 통해 해소하려는 허위의식이자, 타 민족에 대한 우월감, 국수주의, 아제국주의가 결합된 고약한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애초 평화유지와 전후복구를 위해 파병됐다는 가상의 이야기도 제국주의적 발상이지만 곳곳에서 나타나는 강요된 국기에 대한 경례라든지, 부대원 전원이 도열하여 헬리콥터를 향해 경례하는 모습 등은 맹목적 애국주의와 군국주의적 냄새를 물씬 풍긴다. 애국가가 흘러나오자 부부싸움을 멈추고 국기에 대해 경례하는 영화 ‘국제시장’의 장면을 훨씬 능가한다.
게다가 똑똑하고 재기 발랄하고 발칙한 여성들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연약하고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남성은 주체적이고 강하며 모든 것을 주도하는 인물로 그려지는 가부장적 시나리오도 불편하다.
장교인 딸을 가진 장군이 “상사 사위를 볼 생각이 없다”는 천박하고도 배타적인 계급주의의 사고방식을 드러내는 표현도 그렇다. 공영방송의 드라마에서조차 장교와 부사관을 차별하는 그런 자본주의의 천박한 언어적 폭력을 노골화 하는 게 맞느냐는 거다.
우리나라 군대의 우수성을 돋보이게 하려고 다른 나라 군대를 깔아뭉개는 식의 상황설정도 부담스럽다. 특히 상대가 미군이라는 점에서 이는 열등의식의 발로이자 드라마라는 허구를 빌어온 ‘허세’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가상의 허구가 현실의 모든 문제를 덮어버린다는 데 있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군인의 숭고한 정신, 생명의 존엄성 등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군대를 지고지순한 선(善)으로, 낭만으로 만들어 실제와 허구를 구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자국의 안보를 뛰어넘어 외국에의 파병을 당연한 듯 여기게 하고 선한 일을 위해서는 다른 나라에서 무력을 사용해도 괜찮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으니 얼마나 기막힌 이데올로기적 폭력인가.
한때 미국의 헐리우드 영화가 미국의 문화제국주의 첨병 노릇을 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람보’, ‘스타게이트’, ‘인디펜던스 데이’, ‘박물관이 살아있다’ 등등은 다른 문명, 민족, 국가를 비하함으로써 미국의 우월성을 높이거나, 미국 지도자의 우월성, 미국식 영웅주의 등을 강조한 영화라는 비평을 받아왔다.
생각해보자, 도대체 ‘태후’가 이들 영화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 대상만 달리할 뿐 결국 우파적 가치관으로 무장해 허구를 현실로 착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똑같이 않은가. 게다가 한국적 상황은 헐리우드보다 더 암울하다는 게 문제다.
드라마에선 ‘태양의 후예’가 인기 최고조에 다다르고 예능에서는 ‘진짜 사나이’가 상한가다. 여성 연예인에서 중년 연예인까지 군대 프로그램에 동원돼 안방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리고 있다. 지상파 뉴스에서는 머릿기사로 매일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 장면을 반복해 보여주고, 종편에서는 전쟁론도 불사한다는 주장이 무시로 일어난다.
군대는 아름답고 멋있으며, 전쟁은 곧 터질 듯한 분위기다. 무엇이 실제이고 무엇이 허구인지도 모르고 텔레비전에 푹 빠져있는 사이 ‘군 방탄복 비리’는 슬그머니 사라지고, 군 폭행사건도 하나 둘 묻혀가고 있다. 그리고 어느새 선거는 획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 ‘충남도정’ 신문에 실린 이 칼럼은 지난 4월 5일자로 작성된 것이어서 이후 벌어진 ‘태양의 후예’ 스토리 전개(ppl 논란 등)와 선거결과 등은 칼럼 내용에 들어가 있지 않다. 참고하고 읽으시면 되겠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뻔한 의도의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현명하게 투표를 하셨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