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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보호
 작성자 : 대충민언련
Date : 2004-07-08 17:17  |  Hit : 2,438  
김주현 운영위원께서 민언련 소식지에 기고하신 내용입니다.
네티즌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판단되어 올립니다.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보호

김주현 운영위원(변호사)


사례1) 갑은 KBS 및 sbs의 주말뉴스 앵커를 거친 sbs보도국 국제부 차장으로 1996. 10. 17. 23:00경 술을 마시고 서울 강남구 신사동 부근을 지나다가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그때 공교롭게도 음주단속현장을 취재하던 MBC 뉴스데스크 '카메라출동'의 취재팀이 현장을 촬영중이었다. 갑은 처음에는 음주사실을 부인하다 나중에 사실을 시인하면서 자신이 기자임을 밝히며 항의했고, 단속경관은 갑을 통과시켜주었는데, 이런 모습이 기자의 카메라에 그대로 촬영됐고, 이 사진은 며칠후 'MBC 뉴스데스크'의 '카메라출동'시간에 '단속에 걸린 모 방송사 기자의 당당한 모습'이라는 멘트와 함께 갑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되고 음성이 변조돼 방영됐으나 짧은 시간 얼굴과 음성이 변조되지 않은 채 방영되었다.


사례2) 을은 1990. 5. 24. 내연의 관계에 있는 남자 및 수명의 폭력배와 함께 남편을 이혼재판이 끝나기 전에 청부살해해 남편 재산을 고스란히 상속받거나 그를 공갈 협박하여 많은 위자료를 받아내려고 남편의 친구를 납치해 남편의 소재를 대라며 무차별 폭행했다는 죄목으로 입건됐고, 을은 혐의사실을 완강하게 부인했으나 경찰은 을의 혐의사실이 인정된다고 단정짓고 구속영장 신청을 준비하면서 8. 1.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들에게 갑에 대한 피의사실을 공표했고 KBS는 같은날 19시 정규뉴스시간에 "남편과의 이혼소송을 진행중인 피의자 유명자가 그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없게 되자 청부폭력배 정모씨 등에게 남편을 혼내주고 위자료조로 5억원을 받아주면 그 대가로 1억원을 주겠다고 제의하고, 남편의 행방을 찾기 위해 남편 친구인 피해자 윤모씨를 불러내어 남편의 소재지를 대라며 감금 폭행하였다"는 요지의 기사를 약 30초 내지 1분간에 걸쳐 을의 얼굴 모습과 함께 방영하였고, 이후 을은 검찰에 의해 기소되었으나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1. 서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또한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과 전달을 위한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의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돼야 하며, 특히 언론기관의 보도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 등 사적 법익의 보호도 헌법상의 권리로서 보호되어야 한다. 이와같이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에 대한 법익이 충돌했을 때 이를 조정하는 문제는 쉽지 않다.

앞에서 들고 있는 두사례의 당사자인 갑, 을은 위와같은 언론보도를 통해 개인적인 명예가 훼손되었다며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위 사례들을 통해 언론보도를 통한 명예훼손의 성립요건을 검토해보고, 특히 앞서 지적한 것처럼 법원이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보호라는 법익의 충돌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2. 명예훼손의 성립요건의 검토

명예훼손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먼저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하며,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사실의 공표가 있어야 한다. 언론보도는 그 자체가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불특정다수에 대한 사실의 인식가능성을 의미하는 공연성은 문제가 되지 않고, 또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경우 명예훼손이 성립한다는 데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언론보도를 통한 명예훼손의 성립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피해자의 특정여부와 허위사실을 사실인 것으로 오인하고 보도한 경우가 주로 문제된다.

사례2)에서는 피해자의 이름과 함께 얼굴사진이 그대로 보도되었으므로 피해자는 특정되었다 할 것이다. 그러나 사례1)처럼 피해자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명되지는 않았고, 얼굴모습과 음성도 아주 짧은 시간외에는 변조된 채 방영된 경우 피해자가 특정됐는지가 문제된다. 사람의 성명 등이 명시되지 않고 게재된 기사나 영상 그 자체만으로는 피해자를 인식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해 보면 기사나 영상이 나타내는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고 또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다수인 경우에는 피해자가 특정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법원도 사례1)의 경우 비록 원고의 성명, 소속 방송사 등이 명시되지 않고, 얼굴도 모자이크 처리되어 쉽게 식별가능하지는 않지만 '모 방송사 기자'라고 자막 처리해 원고의 직업이 방송기자임을 특정했고, 뉴스 앵커의 경력이 있는 중견 방송인으로서 음성도 중요한 식별의 수단이 됨에도 음성도 변조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송되었다. 얼굴 모습도 모자이크 처리 실수로 약 0.7초간 그대로 방영되어 체격, 얼굴, 직업, 목소리 등 주위의 사정을 종합해 보면 갑이 누구인지 다수가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는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은 허위사실을 사실인 것처럼 오인하는 데 정당한 사유가 있느냐가 문제가 된다. 사례2)처럼 을의 혐의사실이 언론보도후 법원에 의해 무죄로 확정된 경우다. 법원은 기사의 취재원이 사건수사를 담당한 검사이고 소정의 절차에 의한 발표형식을 취하고 있어 그 신뢰도가 높고 피의자가 구속되어 있어 본인에 대한 직접 취재를 통해 사실확인을 하기 어려웠다면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내용을 그대로 보도한 것은 위법한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기자가 구속영장의 사본만 열람한 다음 별도의 취재를 하지 않고 구속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을 그대로 보도한 경우에는 일간신문에 있어서 보도의 신속성이란 공익적 요소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위법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례2)의 경우 수사기관의 공식적인 발표내용을 신뢰하여 보도한 것으로 보여지므로 기자가 이를 진실로 오인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3. 개인적 법익과 공익적 법익의 조정의 문제

민주정치를 유지하는데 필수불가결한 표현의 자유는 가끔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 등 인격권의 영역을 침해할 경우가 있는데, 표현의 자유못지 않게 이러한 사적인 법익도 보호되어야 한다. 법원은 이러한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 등 인격권이 충돌했을 때 구체적인 경우 사회적인 여러가지 이익을 비교해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이익, 가치와 인격권의 보호에 의해 달성되는 가치를 형량하여 그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사례1)에서는 음주운전은 공공의 관심사항인 것이고, 다만 행위자가 일반인인 경우에는 행위 자체가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행위자가 누구인지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으나, 행위자가 공적인 인물(public figure)인 경우에는 행위자가 바로 공공의 관심 대상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기능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본다. 갑이 TV뉴스 앵커를 지낸 방송사의 보도국 국제부 차장으로서 중견 언론인인 동시에 방송을 통해 국민들에게 얼굴도 널리 알려져 있고, 갑과 같은 언론인은 사회의 부정과 비리를 국민에게 알림려 사회발전에 기여함을 사명으로 하고 있어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공적인 인물이라고 본다. 그러한 사회적 지위에 있는 갑이 음주 운전하다 단속을 당하자 기자 신분임을 밝히면서 경찰관에게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단속을 회피했다는 사실은 언론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비춰 그의 사회적 활동에 대한 비판 내지 평가의 자료로서 공개되어야 할 필요성이 충분하다. 이로 인한 교육적, 계몽적 효과도 매우 크므로, 이러한 사실의 적시는 뉴스의 가치성이 충분한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방송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사례2)에서는 일반적으로 대중 매체의 범죄사건 보도는 범죄 행태를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사회적 규범이 어떠한 내용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위반하는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제재가 어떻게, 어떠한 내용으로 실현되는가를 알리고, 나아가 범죄의 사회문화적 여건을 밝히고 그에 대한 사회적 대책을 강구하는 등 여론형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믿어진다. 따라서 대중매체의 범죄사건 보도는 공공성이 있는 것으로 취급할 수 있지만, 범죄 자체를 보도하기 위해 반드시 범인이나 범죄 혐의자의 신원을 명시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을은 평범한 시민으로 공적인 인물이 아닌 이상 일반 국민들로서는 언론사가 적시한 범죄에 대해 이를 알아야 할 정당한 이익이 있다 하더라도 그 범인이 바로 을이라고 하는 것까지 알아야 할 정당한 이익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