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메인가기
민언련의창메뉴시작
성명논평
칼럼
언론모니터
 
 
 
성명논평
Home > 민언련의 창 > 언론모니터
 
[지역주요일간지 뉴스브리핑6 7/2] ‘기울어진 운동장’ 표현, 적절한가
 작성자 : 민언련
Date : 2018-07-04 09:50  |  Hit : 483  
   180702_일일브리핑6.hwp (34.5K) [3] DATE : 2018-07-04 09:50:53
<대전충남민언련이 4월 5일부터 지역언론에 대한 보도 모니터를 진행 해 왔습니다. 지난 6.13 지방선거 모니터로 잠시 중단됐던 일일뉴스브리핑을 재개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

7월 2일자 지역신문일간지 브리핑

1. ‘기울어진 운동장’ 표현, 적절한가

6.13 지방선거 결과는 그야말로 민주당의 압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집권 여당에서 광역의원과 비례대표 선출 비율이 가장 높았다. 7월 2일, 대전일보 보도에 따르면 “22명의 대전 시의원 중 민주당은 21명 자유한국당은 1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의정 활동에 대해서는 “견제, 감시 기능이 약화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중도일보 사설에서 이러한 상황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한 것은 어폐가 있어 보인다. 중도일보에서는 “여당을 견제할 야당 세력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거나 극히 미약하”다고 하면서 “야당의 지방선거 참패”를 걱정한다. 그러나 여기서 야당이란 대안 세력이 될 만한 군소정당이 아니라 근 10년간 집권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을 가리킨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기사의 전체적인 논조는 납득할 만한 내용이다. 여당의 견제세력이 없고 독주체제로 가면서 지역 문제 해결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은 공감할 만하다.

자유한국당의 사정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선거 기간부터 표현해 온 건 부적절해 보인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기울어진 바닥에서 축구를 하는 것과 같이 애초에 공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게임을 하는 것을 가리킨다. 즉 취업 시장에서 여성의 위치 같은 것을 말할 때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자유한국당은 애초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게임을 한 것이 아니다. 지난 정권의 과오와 의원들의 기행으로 인한 결과일 뿐이다. 게다가 자유한국당은 꾸준히 여성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의원들의 비하 발언과 차별 금지법 철폐 등으로 사회적 불평등에 크게 기여했다. 약자와 소수자를 가리키는 말을 자유한국당에게 사용하는 건 언어의 오염이 아닐까 싶다.

[대전일보] 정당 민주주의, 독일까 득일까(7월 2일 보도, 5면, 김달호 기자)
[중도일보] 민선 7기, ‘기울어진 운동장’ 어찌하나(7월 2일 보도, 23면)

2.급여 감소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야

근로시간 단축이 1일부터 시행됐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워라벨’, 일과 여가가 양립하는 삶을 위한 대책으로 보인다. 지역 언론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오히려 근로자의 급여가 감소했다며 “저녁이 있는 삶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지만 누군가에겐 “저녁 굶는 삶”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임금 감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 곳은 “28.2%”에 불과하다고 한다.

지역 신문은 이런 식으로 노동자와 근로자를 위한 법이 개정될 때마다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의 사정을 딱하게 여기는 기사를 발행해왔다. 최저임금이 올라서 소상공인이 인건비 때문에 힘들어하고, 그래서 물건 가격을 올렸더니 손님 발길이 끊긴다는 이야기.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자 근로자의 월급이 줄어들었고 중소기업의 경우 “공장 자동화로”근로시간 단축 대안을 잡아서, 근로자가 일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이야기. 공통점은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의 입장을 국민 개개인보다 딱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물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어려운 위치에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이 어려운 게 노동자 임금이 몇 천원 오르고, 근로자 근무시간이 몇 시간 줄어들어서인가?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에서 근무시간이 상위권에 위치할 정도로 업무 강도가 강한 나라 중 하나다. 한국보다 근로시간이 적은 국가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반드시 어려움을 겪는가? 아니라면 그들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했나. 근로시간이 단축되더라도 현재 한국의 근로자들이 받는 월급은 OECD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왜 원인을 ‘근로시간 단축 시행’으로만 보는가. 지역 언론 기자들의 공부가 절실하다.
[금강일보] ‘돈은 없는데 저녁만 있는’(7월 2일 보도, 5면, 조길상 기자)


3. 가해자가 어느 대학에 다니는지 알고 싶지 않다

대전의 c영화관에서 20대 남성이 여성의 옷을 입고, 긴 머리 가발을 쓴 채 여자화장실에 들어가 화장실 몰카 촬영을 하다 적발됐다.

2016년 이후 소라넷 사이트를 비롯한 각종 음란 사이트에서 ‘국산 야동’이라고 라벨링된 채 유통되는 영상물은 대부분 일반인 여성과의 성관계 장면을 해당 여성의 동의 없이 남성 쪽에서 올리거나, 여자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볼일을 보는 여성의 성기를 찍은 것이다. 이렇듯 상대의 동의 없이 몰래 촬영한 영상은 많은 여성들에게 충격과 공포의 감정을 느끼게 했다.

가해 남성은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하며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될 것이다. 여성들은 이 사건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데 반해 지역 언론의 기자들은 이 사건이 단순한 가십거리 그 이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나보다. 2일 금강일보에서는 해당 사건의 헤드라인으로 가해자의 학력을 명시했다. 짧은 기사 말미에도 그가 석사과정 2학년이라는 점을 굳이 적어 넣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언론은 명백히 ‘여장’이라는 행위를 기이하게 소비하고 있다. 남성이 여성의 옷을 입는 크로스 드레싱은 지탄할 만한 일이 아니다. 가해자는 단지 몰카를 설치하기 위해 여장을 했을 뿐 ‘크로스 드레서’나 ‘드랙’들의 소수자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이런 식의 기사가 불러올 파장은 뻔하다. 페미니즘 내에서도 크로스드레서나 트랜스젠더 등 성적 소수자를 배제하는 문제에 대해 팽팽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여장을 한 남자가 여자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했다는 사실에서 ‘여장’이 우스꽝스럽게 강조된다. 역시 여장하는 남자들은 다 변태들이었다는 의식이 팽배해질 가능성이 크다.

가해자의 학력을 자세히 기술하는 것도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장래가 촉망되는 학생인데 그냥 넘어가자, 라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고 가해자에게 특별한 서사를 부여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언론은 성범죄 기사를 작성할 때 좀 더 세심해질 필요가 있다.
[금강일보] 여장하고 여자화장실 몰카 잡고보니 KAIST 대학원생(7월 2일 보도, 6면, 곽진성 기자)

4. 정신질환에 대한 무지를 전시하는 언론

믿지 못할 끔찍한 사건의 범인이나 비난하고 싶은 대상이 있을 때 사람들은 흔히 “정신병자 같다”는 말을 사용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그 말에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혐오가 짙게 깔려있다. 정신질환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걸릴 수 있음에도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 때문에 환자들이 실제 취업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일, 대전일보 칼럼란에는 이 “정신병자 같다”는 수준의 말을 길게 늘려 쓴 글이 발행됐다. 글의 서두에서 조현병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갑자기 조현병이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면서 조현병 환자의 범행을 나열하는 글이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역시 조현병이 원인이고 “30대 여성이 자택 방안에서 불을 질러 1명이 화상을 입”은 사건 역시 조현병이 원인이라고 한다. “한 여성이 길을 가던 70대 행인을 찌른”것 역시 조현병이 원인이란다. 묻고 싶다. 범행을 저지르는 조현병 환자의 사례가 더 많은지 평범하게 살아가는 조현병 환자의 사례가 더 많은지.

같은 논리라면 흉악 범죄의 가해자 대부분이 남성이니 남성이 사회에 피해를 끼치는 존재인가? 남성성은 악한 것인가?

꾸준히 약을 먹고 치료를 받으면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 조현병이다. 외려 그들을 병원으로 가지 못하게, 지속적인 케어를 받지 못하게 해서 위험에 빠트리는 건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 때문이 아닐까?

강남역 사건을 ‘묻지마 살인사건’이라고 표현한 것 또한 너무나 시대착오적이다. 범인은 화장실 문 뒤에 숨어서 남성 몇 명이 지나가고 여성이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에야 칼로 찌를 준비를 했다. ‘묻지마’ 살인사건이라기엔 너무나 계획적이고 이런 저런 조건을 많이 따지지 않았나? 신문 칼럼란은 기고자의 무지를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다. 지역 언론은 좀 더 양질의 칼럼을 게재할 수 있도록 콘텐츠 관리에 힘써야 할 것이다.
[대전일보] 조현병(7월 2일 보도, 19면, 황진현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